초대석


<박가네빈대떡> 추상미 대표

6월, 시장에서
<박가네빈대떡> 추상미 대표

시장은 아날로그 혹은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그녀 또한 그렇다.  글 김준성 기자

 

힘든 내색 보이지 않던, 조용한 여자아이 하나

사업가인 아버지는 늘 바쁘셨다. 그리고 어머니와 할머니는 광장시장에서 하루 종일 빈대떡을 부쳐 팔았다.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그녀는 이따금씩 외로웠지만 쉽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지적장애로 몸이 불편한 오빠를 직접 챙겨야만 했기 때문에 나약해지는 건 아예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것이었다. 어렵거나 힘들어도 그걸 내보이지 않고 조용히 혼자 끅끅 삼키며 성숙할 수밖에 없던 여자아이 하나, 그녀가 시장으로 나오게 된 건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
“대학교 때는 생명공학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한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낸 후 쉬고 있었는데 <박가네빈대떡>이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저도 경영에 참여하게 된 거죠. 할머니와 어머니 두 분이서 처리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매장에 나가 부모님을 도와드리기는 했었지만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죠. 그저 주말과 연휴엔 나 혼자만의 시간, 여유를 보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을 꿈꿨어요. 그런데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죠. <박가네빈대떡>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까요.”
50여 년 전, 광장시장 한 가운데 노점으로 시작했던 <박가네빈대떡>은 할머니 혼자 운영하시던 걸 어머니가 함께 도우며 그 규모를 키웠고, 2000년 초부터는 어머니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갔다. 그리고 2008년 즈음에는 번듯한 점포를 얻어 <박가네빈대떡>이라는 상호의 간판을 처음 달기도 했다. <박가네빈대떡>은 그렇게 아주 천천히 조금씩, 그 이름을 알려나갔다.
“어릴 때부터 매장에 나와 부모님을 도와드리고는 해서 장사가 쉬운 줄 알았어요. 그냥 열심히만 하면 잘 되는 거라고 착각했던 거죠. 2013년, 서른여섯 나이에 다시 매장에 나와 이것저것 바꿔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지금까지의 주먹구구식 운영을 시스템화 시켜보려고 하기도 했고 직원들의 앞치마나 모자착용 등등 위생적인 부분도 매뉴얼화하려고 했죠. 하지만 모든 게 쉽지 않았어요. 무언가를 바꿔보려고 할 때마다 직원들과의 갈등이 생겼죠. <박가네빈대떡>에서 10년 넘게 일해 온, 제가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쭉 지켜봐왔던 분들인데 그랬던 제가 갑자기 나타나 급작스런 변화와 지시를 하니 얼마나 당황하셨겠어요. 아무 것도 모른 채 너무나 교만했던 거죠.”
이후 그녀는 달라졌다. 거래처와의 관계 맺는 법에서부터 물건관리와 손질,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등등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조용히 혼자 성숙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아이는 그렇게 스스로 또 하나의 틀을 깨고 나와 시장의 한복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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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점 리뉴얼·기획, 성공적인 오픈으로 리부트
<박가네빈대떡>은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도 같았다. 집안 사정이 힘들 때마다 늘 든든한 의지가 되어줬다. IMF 때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수많은 빚을 떠안을 때에도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 매장에서 묵묵히 빈대떡을 부쳤다. 삶의 굴곡마다 닥쳐왔던 모든 시련은 그 시간 속에서 희미하게 흩어지고 사라졌다. 때문에 <박가네빈대떡>이라는 이름은 ‘시장 한 구석의 식당, 빈대떡집’ 그 이상의 무엇이었다.
“2세 경영인으로서 주변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매장 하나 물려받아서 편하게 산다’는 생각들을 하시는 분이 많았으니까요. 그런 시선들이 너무 부담스러워 잠 못 드는 날들도 많았죠. 그런 나날을 보내다가 서른일곱 되었을 때였나, 언젠가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건네셨어요. ‘장사를 하지 말고 사업을 해라.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요. 순간, 큰 힘이 됐죠. 그렇게 아버지에게는 목표를 멀리 볼 줄 아는 시선이나 자세 등의 경영철학을, 어머니에게는 현장에서의 디테일한 실무를 배웠던 거 같아요.”
1000번을 흔들리며 무너지고 나서야 겨우 CEO가 된다고 했던가. 마음속으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날들. 이러한 때에 그녀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인 건 <박가네빈대떡> 2호점의 기획, 오픈이었다. 1호점과는 또 다른 <박가네빈대떡>의, 그리고 추상미 대표만의 색깔을 담아내보고 싶었다.

 

 

* 자세한 내용은 <월간외식경영> 2018년 6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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