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사이트


중식의 틈새
: 여전한 중식 니즈와 가능성

반꺾였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트렌드라 이야기하기엔 섣부르다. 그만큼 지금 중식의 변화는 가볍지도 단편적이지도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중식의 잠재력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기준 잡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기회의 틈새는 달라진다. 글 이한주 기자

여전한 중식 니즈
줄 서는 중식당을 관찰하며 중식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 식당가에 위치한 <신승반점>은 대기 줄이 끊이지 않는다. 시그니처 유니짜장 한 그릇 가격은 9000원. 상품력은 평범하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식당의 맛, 평범한 9000원 짜장면’, 여기에는 몇 가지 의미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중식의 높은 선호도다. 20대부터 8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은 중식이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외식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적 관점으로 확장해보면 중식이 중산층 상권의 히든카드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도 분석할 수 있다. 그밖에도 간짜장 한 그릇 먹기 위해 줄을 선 공덕동 노포, 중국식 가지요리를 먹기 위해 줄 선 연남동 중식당, 군만두 하나로 줄 세우는 부산 차이나타운 중식만두 전문점까지 중식에 대한 니즈와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에 많다.

중식의 보수성
중식에는 전제가 하나 있다. ‘보수성’이다. 중식의 잠재력이 보수성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보수성은 ‘입맛’을 뜻한다. 먹어왔던 음식 맛에 대한 본능적 기억, 한 때 한국 외식이 짜장면으로 대변됐을 만큼 중식 입맛은 한국인에게 유전자처럼 남아 있다. 유명 중식당에서도 짜장·짬뽕·탕수육 주문율이 가장 높은 이유 역시 보수성에서 찾을 수 있겠다. 보수적인 중식에도 양면성은 있다.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기존 중식의 관성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완벽한 매력 발산이 어려워진 지금, 메뉴부터 콘셉트까지 시대감각을 반영한 기획형 중식당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중식의 변화 키워드는 ‘익숙한 새로움’이다. 새로움의 방식은 메뉴, 맛, 가격, 판매방식, 콘셉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짜장면·군만두·요리
이번 특집기사에서 집중하는 건 짜장면, 군만두, 그리고 요리다. 범위가 넓은 주제일수록 기준점을 명확하게 잡아두는 일은 중요하다. 3가지 카테고리에 주목한 이유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선호도 높은 음식이라는 것,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시그니처 메뉴이자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 익숙한 메뉴에서 기회를 찾고자 하는 건 앞서 이야기한 보수성과도 맥락을 함께 한다. 단기간에 확산한 유행성 아이템을 조명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짜짱면

중식과의 연결고리가 가장 강한 음식. 중식은 짜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 정서적 유대 차원에서 짜장면을 화두로 꺼내온 건 아니다. 오히려 정크푸드, 딜리버리푸드 이미지로 굳어진 짜장면의 자존감 회복 차원이라 이야기하는 편이 정확하다. 한때 하루 수백만 그릇씩 팔렸다 할 만큼 사랑받는 밀리언셀러 외식메뉴, 완전히 한국화한 중화요리. 이처럼 기본 수요를 확보한 아이템에 승부수를 띄워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전략이다.
만화 식객 ‘자장3대’ 편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가장 저렴한 중화요리, 가장 만들기 어려운 중화요리, 그리고 중식당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요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두 짜장면이라고 대화하는 씬이다. 그중 중식당 수준에 대한 대목은 시그니처 메뉴로써 짜장면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짜장면이 중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저렴한 음식으로 출발했다고 해서 싼값에 팔아야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식재료, 맛, 이름, 퀄리티를 바꾸면 어떤 음식도 새롭게 가치소구 할 수 있는 시절. 어쩌면 짜장면이 다시 주목받기 좋은 타이밍일지 모른다. 제대로 만들고 제값 받는 짜장면에 기회가 있다.
물론 짜장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건 그리 쉽지 않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요리인데다, 기본 식재료와 조리법도 거의 같다. 춘장으로 맛의 통일성을 이뤘고, 유일하게 집집의 개성 묻어나던 간짜장마저 사라져가는 지금, 스타일 변화는 필요하다. 기술적인 제면, 새로운 춘장의 개발, 짜장 조리법의 변화. 그 어떤 방향이어도 괜찮다. 짜장면은 처음부터 변화를 거듭해 완성된 음식이다.

짜장면
짜장면에서 짚어야 할 건 효율성이다. 중식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즉석조리하지 않는 음식, 패스트푸드라는 사실에는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동안 대중적인 중화 면요리 시장을 이끌어온 건 짬뽕이지만, 오퍼레이션 속도 측면에선 짜장면의 강점이 앞선다. 짬뽕보다 짜장면을 더 많이 파는 중식당에 기회 요소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여기에는 질적 변화가 함께 동반돼야 한다. 배달음식, 형식적인 메뉴 이미지를 벗어나 매력적인 식사로 소구하면 짜장면 전문점 콘셉트 기획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니짜장
재료를 잘게 썰어 만든 짜장면이다. ‘유’는 돼지고기, ‘니’는 작게 썬 채소를 뜻한다. 재료의 형태를 변화했을 뿐이지만 조금 더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짜장, 유니짜장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9000원을 거뜬히 받을 수 있는 이유도 ‘유니’ 두 글자의 뉘앙스에 있다. 유니짜장은 고기의 양이 매력을 결정하는 특이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진시미엔>의 짜장면은 넉넉한 고기가 어필 포인트다. 고소한 풍미를 더하기 위해 소고기를 30% 섞어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간짜장
주문 즉시 볶아 채소의 식감과 풍미 살린 간짜장은 중화요릿집의 개성을 판가름하는 척도다. 마니아 니즈가 강한 짜장면인 이유기도 하다. 그런 간짜장을 만나보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간짜장은 인력부터 시간까지 품이 많이 드는 메뉴다. 오랜 노포가 아니고서야 간짜장을 파는 곳이 드문데다, 미리 조리해두는 곳이 많아 제맛을 느끼기 어렵다. 소비자 니즈가 여전한 가운데 점차 사라져가는 음식, 이 사이 간극에서 간짜장의 틈새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즉석요리라는 점에서 프리미엄 짜장면의 힌트가 다분할뿐더러 소규모 중식당에선 간짜장을 시그니처로 특화해 콘텐츠화할 수도 있다. 참, 계란프라이는 필수다.


이색짜장
최근 1~2년 사이 흥미로운 중식의 변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짜장면의 진화다. 기존 틀을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 시도들은 짜장면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충화반점>은 라구소스 조리법에 착안해 짜장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재밌다. 독특한 스타일의 자가제면, 수비드 조리한 돼지고기 토핑은 물론 트러플오일을 곁들여 먹는 식사 방법도 특별하다. <길운구락부>도 트러플짜장을 시그니처로 메뉴에 올렸다. <미미청>은 양파 등의 채소 없이 돼지고기와 춘장만 사용해 주문 즉시 볶는다. 이색짜장의 등장은 짜장면의 부흥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오래도록 즐기는 음식일수록 익숙함과 새로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법이다.

군만두

익숙한 음식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력은 군만두에서도 필요하다. 여기서 새로운 시선은 군만두 역할의 재정립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하다. 사실 중식에 있어 군만두는 양면적인 존재다. 빼놓기 섭섭한 것 같다가도 굳이 다룰 콘텐츠가 없는 듯 보이는 메뉴. 그래서 수많은 중식 요리를 뒤로하고 하나의 카테고리로 다루는 건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 의외적이다. 군만두의 크고 작은 가능성은 친화력에서 출발한다. 중식의 꼬리표를 달고 어디에서도 제역할 톡톡히 하는 데다 서비스 메뉴, 테이크아웃 메뉴부터 시그니처까지 소화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남녀노소 모두 사랑하는 맛까지 갖췄다. 형식적인 서비스 군만두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다. 제값 하는 일품요리로써의 군만두 가치만 조명한다.


군만두의 3가지 역할
군만두의 잠재력은 메뉴 확장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나의 요리지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군만두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시그니처 메뉴다. 군만두가 주인공으로써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근거는 군만두로 유명한 중식당들에서 찾아보면 된다. 두 번째 역할은 추가 사이드메뉴다. 짜장면, 짬뽕 같은 식사류와 가볍게 곁들여먹기 적당한 데다 여러 번 주문하기에도 만만하다. 마지막 역할은 술안주다. 소주·맥주와의 어울림도 그렇지만, 그보다 1만원 미만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리라는 점에서 친근하다. 이렇듯 여러 가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군만두가 선호도 높은 메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잘 만든 만두는 중식당의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다. 중식당 기획의 실마리, 군만두에서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

요리

온도감 살린 즉석요리
중국집은 늘 배달의 중심에 있었다. 짜장면의 존재감이 배달로 완성됐다 이야기하는 것도 과언은 아니다. 여전히 배달시장이 성장하는 지금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중식의 잠재력은 정반대 지점에서 찾아야 한다. 테이블에 앉아서 즐기는 요리에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배달형 중화요리가 대중화와 함께 가져온 효과는 주문 패턴의 고착화다. 메뉴 가짓수가 가장 많은 업종인데도 주문 비율이 가장 높은 건 아직도 짜장·짬뽕·탕수육. 뻔한 메뉴와 익숙한 맛에는 한 번쯤 문제의식을 느껴볼 만하다. 무엇보다 중식의 매력은 ‘즉석요리’에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요즘 중식당의 어필포인트를 ‘온도감 있게 만든 요리’에 두는 건 타당한 전략이다.

문턱 낮춘 중식당
소비자 관점에서 요리를 즐길만한 중식당은 그리 많지 않다. 중식당의 물리적 부족이 아니라 부담 없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중식당의 부재를 뜻한다. 중식은 중간이 없다. 배달 중국집과 고급 중식당 사이의 틈새가 크게 벌어진다. 익숙한 요리는 여전히 탕수육이고, 다른 요리는 늘 무겁다. 바로 지금, 중식 요리에 대한 니즈와 선호도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단기간에 주목받는 중식당으로 자리매김한 <송쉐프>의 확장 속도는 ‘맛있고 가격 적절한 중식 요리’에 대한 수요를 방증하는 사례다. 기본기 충실한 요리와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콘셉트, 언제든 문 열고 들어가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중식당이 필요하다.

부산의 중식

중식하면 떠오르는 스폿들 가운데 부산을 바로미터로 꼽았다. 맛이나 역사 같은 단편적 이유라기보다
몇몇 요리들의 뚜렷한 존재감 때문이다. 부산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건 간짜장, 만두, 그리고 오향장육 3가지.중식당 4곳의 상품력과 운영 효율성의 포인트를 정리했다.

자세한 내용은 외식경영 2019년 5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revious Post

프랜차이즈뷰


중식 브랜드, 넷









More Story

프랜차이즈뷰


중식 브랜드, 넷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정말 싫으셨을까? 짜장과 짬뽕, 탕수육은 연령과 성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