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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든
일본 음식들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지금 가장 사랑받는 일본 음식들의 변화는 빠르지만 갑작스럽지 않고, 새롭지만 생뚱맞지 않다.
글 이한주 기자


가볍게 더 전문적이게
일본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방식은 점점 더 캐주얼해지는 중이다. 부담 없는 식사를 선호하는 외식소비 트렌드, 그리고 콤팩트한 운영방식의 추구가 ‘한 그릇’ 일본요리 인기에 불을 붙였다. 가격부터 콘셉트까지 식당 문턱이 낮아진 반면 음식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졌다. 요즘 캐주얼 일식의 키 포인트는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원 전후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문점의 맛’.



돈카츠, 라멘, 돈부리, 그리고 야키니쿠
다양한 캐주얼 일본 요리 가운데 돈카츠, 라멘, 덮밥, 그리고 야키니쿠 4가지를 꼽아 다룬다. 카테고리를 추린 기준은 5가지다. 주목도 높은 외식 메뉴일 것, 익숙한 음식일 것,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을 것,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 그리고 다양한 변화를 겪는 중일 것. 앞선 4가지 음식을 겹쳐볼 때 눈에 들어오는 공통분모는 이번 특집 기사의 핵심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이다.



시의적절한 변화들
변화와 트렌드는 시대를 반영한다. 음식의 전문화와 다양화는 문화적인 측면에 기인한다. 캐주얼한 일본 음식의 시의적 요소를 정리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그래서다. 일본 현지 음식문화를 경험하고 즐기는 20~40대가 늘어나면서 맛의 오리지널리티와 베리에이션을 추구하는 외식 소비가 자연스럽게 정착했다. 운영 방식의 변화는 33m2(10평) 전후의 작은 규모, 낮은 고정비 등 조금 더 현실적인 차원에서 일본식을 닮아가는 중이다.



긴 호흡 외식 트렌드
일본과의 국제 관계가 좋지 않은 시점에 일본 음식을 다루게 됐다. 몇몇 일본 제조사 장비와 식재료도 소개했다. 미리 기획하고 준비한 특집기사의 방향을 바꾸지 않은 이유는 정치적 이슈보다 오래 지속할 외식 트렌드라는 판단에서다. 분명한 건 캐주얼 일식이 지금 한국 외식시장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씬이라는 점이다. 객관적인 시점에서 변화점과 흥행코드의 맥락을 정리했다.


돈카츠
Tonkatsu

고급화 넘어 고도화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음식을 꼽으라면 돈카츠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여기에는 명확히 해둬야 하는 전제가 하나 있다. 요즘 돈카츠를 기존 돈가스의 진화로 이해하지 않는 거다. 돈가스와 돈카츠의 선을 그어놓는 이유는 변화점과 변화폭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음식의 정체성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돈가스가 튀김에 가까운 음식이라면, 돈카츠는 고기요리에 더 가깝다. 고기요리에 가까운 음식이라는 걸 증명하는 장면들도 꽤 많다. 직관적인 고기 두께, 다양한 품종의 원육 선택, 원육 숙성 방식의 고도화, 고기 맛과 식감을 고려한 튀김 조리법들이 대표적인 예다. 곁들임 디테일도 돈카츠의 개성을 구분하는 요소다. 여러 가지 소금에서부터 올리브오일, 로즈마리오일, 트러플오일, 유즈코쇼 등 다양한 소스와의 조합으로 음식 맛의 볼륨감을 높이는가 하면, 일본식 돼지고기된장국 돈지루 등으로 장국에 변화를 더하기도 한다. 돈가스와 돈카츠를 다른 카테고리 외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결정적 근거는 판매 가격에 있다. 고기 중량과 입지에 따라 가격책정 방식은 다르지만,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돈카츠의 평균 가격대는 약 1만2000원 전후. 일반적인 돈가스보다 1.5~2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도 선호도를 유지한다는 건, 돈카츠가 ‘새로운 장르로 인식하고 즐기는 외식메뉴’라는 점을 역으로 보여준다.

패니즈×프렌치 돈카츠 <카와카츠> 
지조리사전문학교와 르꼬르동블루를 졸업한 두 남매가 2018년 11월 문을 연 돈카츠 전문점. 서로 다른 장르의 음식을 해온 만큼 프랑스 조리법을 녹여낸 일본식 돈카츠를 선보인다. 마장동에서 당일 도축한 돼지고기는 빙온에서 10일간 파동숙성 후 2가지 방식으로 교차 조리하는 것이 특징.

고온에 튀겨 살린 바삭함 <콘반>
딱 떨어지는 돈카츠로 주목받는 곳이다. 적당한 두께로 손질해 익힌 돼지고기, 고온에 튀겨 식사 마지막까지 식감을 유지하는 튀김옷, 얇게 채 쳐 물기까지 꼭 짜 올려주는 양배추, 직접 끓인 돈지루까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돈카츠를 낸다.

돈카츠와 카레의 재해석 <카린지>
성수동에 새로운 카츠카레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카린지>는 돈카츠와 카레의 조합을 재해석하면서 각 음식의 퀄리티 집중도를 한층 높여 기획한 곳. 돈카츠·토마토카레·키마카레·카츠카레로 메뉴 카테고리를 구성했으며, 토마토 베이스 카레에 돈카츠, 작게 빚은 멘치카츠를 올려낸 카츠카레가 시그니처다.

라멘
Ramen

육수·부재료·조리법까지 다양한 변화
최근 1~2년 사이 가장 많이 변화한 외식 메뉴를 꼽으라면 라멘이다. 꽤 오랫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하던 라멘의 다양한 시도는 ‘뉴웨이브 라멘’ 장르의 문을 열었다. 뉴웨이브 라멘은 단어 의미 그대로 새로운 스타일을 의미한다. 재료부터 맛, 비주얼까지 변화의 정의와 정도는 없다.
요즘 라멘의 변화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육수의 변화다. 돼지사골 외에 닭·해산물 등을 사용해 육수를 내거나 2~3가지 육수를 블렌딩하기도 한다. 맑고 가벼운 수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닭육수 베이스의 쇼유라멘은 트렌드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 번째는 부재료와 조리법의 변화다. 돼지고기 목살, 흑돼지 다릿살, 닭 가슴살, 한우 등을 수비드 조리해 차슈를 만드는가 하면, 레몬·유자 등을 올려 상큼한 향을 더하기도 한다. 핸드블렌더로 거품을 내 한층 부드러운 국물 질감을 만드는 등 새로운 조리방식도 흥미롭다. 마지막은 새로운 라멘 카테고리의 정착이다. 츠케멘, 마제소바, 아부라소바 등 색다른 라멘 메뉴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라멘전문점의 상품과 콘셉트 구성 방식이 다양화됐다.라멘의 매력은 한 그릇으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면 요리라는데 있다.

백한 닭육수 베이스 시오라멘 <담택>
9년 경력의 라멘 전문가 조원현 오너셰프가 작년 12월 문을 연 시오라멘 전문점. <담택> 오픈에 앞서 가장 고민한 지점은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 라멘’의 개발이다. 부담 없는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닭과 채소만 사용, 소금으로 간을 해 담백한 맛을 강조했다.

웍에 볶아 만든 미소라멘 <다나카라멘>
일본 동경라멘학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다나카라멘>은 일반적이고 ‘아카데믹’한 것이 아닌, 색다른 라멘을 선보인다. 시그니처인 미소라멘은 직접 만든 미소타래를 주문 즉시 웍에 볶아 풍미를 살리고, 돼지사골과 닭으로 우린 더블수프로 깊은 맛을 낸 것이 특징.

야키니쿠
Yakiniku

“이제 야키니쿠만 남았다” 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온다. 원육부터 매장 콘셉트까지 기획형 고깃집이 즐비한 지금, 육류구이의 콘셉트 변화점이 야키니쿠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문화적인 흐름도 야키니쿠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비용 절감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소규모 공간에서 셀프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육류구이 식당이라는 점은 야키니쿠의 기회 요인. 일본 현지 식문화를 경험한 20~40대 소비층이 커진 데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고기구이라는 사실 역시 잠재력에 힘을 보탠다.

대중성 초점 맞춘 야키니쿠 <소문>
보광동 인적 드문 언덕에 문을 연 <소문>은 일본 우츠노미야에서 약 10년간 야키니쿠 전문점을 운영했던 <이치류> 주성준 대표가 기획한 야키니쿠 브랜드다. ‘대중 야키니쿠’를 콘셉트로 설정하면서 가격부터 운영방식까지 캐주얼함에 초점을 맞췄다. 구이 메뉴는 우설·갈비·등심·안창살·호르몬 5가지로 구성, 1인분(100g) 평균 1만원 가격대로 책정했으며, 손질하고 남은 고기로 끓인 소고기찌개·청유자향 코쇼멘·계란밥 등 식사 메뉴 또한 간단하게 구성했다.

돈부리
Donburi

매력과 가격의 균형이 핵심
일본식 덮밥 돈부리는 간단한 식사를 넘어 정체성 뚜렷한 한 그릇 음식으로, 그리고 편의 중심적인 음식에서 기획형 콘텐츠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소위 ‘잘 나가는’ 덮밥들의 공통점 한 가지는 식재료와 담음새에서 비롯한 콘셉트 명확성에서 찾을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비주얼 포인트는 ‘요즘’ 덮밥의 기본기. 한 그릇에 다 보여줘야 하는 건 음식뿐만이 아니다.
덮밥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건 비주얼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덮밥 메뉴 기획의 핵심은 가격으로 완성되기도 한다. 덮밥의 가격 설정은 메뉴 콘셉트에 따라 달라진다. 식사형 덮밥이라면 8000원~1만원이 적정선. 저렴한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오히려 비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운영 수익이 낮을뿐더러 메뉴 소구까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덮밥은 정체성과 완성도가 중요한 메뉴라는 점에서 적당한 가격 선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품력을 높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객단가를 높여야 할 경우엔 부담 없는 가격대의 사이드메뉴 구성을 고려하면 된다.

넉넉하게 올린 ‘고기’ 비주얼 <돈이찌> <제이타쿠 돈이찌>
‘한 그릇의 위로’를 모토로 지난 7월 문을 연 19.8m2(6평) 식당. 캐주얼 일본음식점을 선택한 건 남녀노소 모두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콘셉트에 주목해서다. 시그니처 메뉴는 점심 저녁 10그릇씩만 한정 판매하는 스테키동. 마블스코어 7~8등급 이상의 호주산 안심과 부챗살을 사용, 근막 제거 후 2.5cm 크기의 큐브 모양으로 썰어 한입 가득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1인분 약 240g 쌓아올린 고기 비주얼도 흥행에 한몫했다.

불맛 더한 해산물 덮밥 <이이요>
식사와 간단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일식당 <이이요>의 야끼돈부리는 잘 만든 기획형 덮밥의 핵심을 보여주는 메뉴다. 기존 사용 식재료인 연어·광어·관자 3가지 해산물을 활용하면서 겉면을 살짝 굽는 방식으로 맛은 물론 비주얼 포인트까지 완성했다.

자세한 내용은 외식경영 2019년 8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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