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맛집을 찾아


오래 고아낸 소고기 국물,
시간의 맛인가? 삶의 맛인가? <칠성곰탕>

곰탕은 한식 가운데 가장 원형이 제대로 남아있는 음식이다. 그만큼 이 땅 사람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맛이다.
대구 북구 <칠성곰탕>은 60년 넘게 묵묵히 맛좋은 곰탕을 고아내고 있다. 글 이정훈 기자

 

 

찬물로 씻지 않고
살 붙은 잡뼈 넣어 고아내

1946년 대구 칠성시장이 상설시장으로 발전했다. 몇 년 뒤, 한국전쟁이 끝나고 시장 안에 같은 이름을 쓰는 곰탕집이 생겼다. 60여 년 세월이 흐르면서 <칠성곰탕>은 주인이 세 번 바뀌었다. 첫 주인은 오래 운영하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 주인은 40년간 장사를 하면서 <칠성곰탕>의 틀을 잡았다. 두 번째 주인은 지금 <칠성곰탕> 대표인 양귀례 씨의 고종사촌 언니다. 양 대표가 언니에게 <칠성곰탕>을 인수한 것은 2008년. 그가 식당을 운영한지도 어느새 11년째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양 대표는 곰탕 맛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 맛은 손님들에게 각인됐고 단골손님들은 차츰 늘어났다. 이 집 곰탕 맛있는 비결이 몇 가지 있다. 조리과정이 아니라 재료 준비 과정에 가장 큰 비결이 숨어있다. 지저분하고 나쁜 냄새가 나는 부위인 목과 귀는 과감히 떼어내는 것이다. 그 다음, 소대가리를 세척할 때 구석구석 신경 써서 깨끗하게 씻고 다듬는다. 이때 끓인 물을 미리 준비해두었다가 사용한다. 절대 찬물을 쓰지 않는다. 찬물을 쓰면 곰탕에서 ‘물내’가 난다고 한다. 냄새유발 부위 철저 제거와 끓인 물 사용은 곰탕 맛을 온전히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신선한 한우 소대가리와
한우 정육 사용

식재료 수준도 음식의 질을 좌우한다. <칠성곰탕>은 곰탕 주 재료인 소대가리를 오직 한우로만 사용한다. 경북 고령축협 21번 중매인과 10년 넘게 한우 소대가리를 거래하고 있다. 육우나 젖소는 가격이 저렴해도 국물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한다. 곰탕을 안 먹는 사람이 가끔 단체손님 속에 섞여 들어온다. 그런 고객들을 위해 개발한 메뉴가 ‘살코기곰탕’이다. 의외로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많다. 고기는 한우 정육 부위인 사태와 목심을 쓴다. 다소 비싸지만 1등급 한우를 사용한다. 유통업자가 도축할 때마다 실시간 문자로 한우 도축 사실을 알려준다. 진공 생육 상태의 사태와 목심 신선육을 구매해 쓴다. 무엇이든 한꺼번에 다량 구매해 저장해두고 쓰면 비용도 적고 편리하다. 그러나 <칠성곰탕>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개 소 대가리나 정육을 하루치 정도의 소량만 구매해 쓴다. 자연히 식재료 신선도가 높다. 비용도 더 들고 귀찮은 일이지만 곰탕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수고다. “내가 먹을 수 있고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곰탕을 만들자고 내부에서 늘 이야기 합니다. 어차피 만드는 음식, 대충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정성 들인 음식만큼 좋은 음식은 없지요. 재료선별 과정에서 부적합한 고기는 단호하게 버립니다. 아깝다고 탕 속에 넣으면 그날 끓인 국물 전체를 다 버려야 합니다. 사람 사는 것도 다 그런 것 같아요.” 김치나 깍두기는 국내산 재료로 양 대표가 직접 담근다. 힘들지만 1주일에 한 번씩 어김없이 치르는 행사다.

 

 

 

진상손님 탓에 마음 다칠 때도 있지만
단골들 응원에 힘 내

가끔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투정 부리고(?) 갔는데 나중에 다시 오는손님이 있다. 양 대표는 ‘다시 찾아왔다는 건 우리 음식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여긴다. 보듬어 안고 잘 대접하면 서로 친해지고 단골이 된다. 노포들이 대개 그렇듯 <칠성곰탕>도 양 대표와 안면을 튼 손님들이 많다. 서로 근황을 묻거나 안부 인사가 길어지곤 한다. 그렇다고 모든 손님이 다 그런 건 아니다.가끔 시장에서 장사한다는 이유로 얕보거나 낮춰보는 고객이 있다는 것. 예전에 비하면 현저히 줄었지만 지금도 손님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양 대표는 한 때 병을 얻기도 했다. 몸이 아파 한동안 식당에 나가지 못했다. <칠성곰탕>에 처음 가본 사람은 식당 공간의 청결함에 놀란다. 양 대표는 몸이 아파 다른 건 못해도 청소는 꼭 한다고 말한다. 지저분한 건 못 보는 성격 탓도 있지만 ‘시장 식당이라 불결하다’며 깔보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다.

 

 

 


<칠성곰탕>에 저녁 손님이 줄고 있다. 몇 년 전보다 저녁 매출이 떨어졌다. 손님 자체가 줄기도 했지만 시장이라는 입지적 영향도 있다. 저녁이 되면 불을 끄는 점포가 늘어나 파장 분위기가 된다. 손님들이 ‘가봐야 장사 안 할 것’이라고 미리 단정해 저녁부터 발길이 뜸해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의반 타의반 일찍 문을 닫게 된다. 소고기와 식재료 단가가 올라가는 것도 <칠성곰탕>에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부와 두 자녀가 함께 일해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해도 식재료비 인상은 어쩔 수 없다. 비용이 상승하니 곰탕 가격도 올라간다. 간판 메뉴인 소머리곰탕 가격이 보통 9000원, 특 1만3000원이다. 기존 고객들은 대개 서민층들이다. 이 고객들에겐 부담스런 가격이다. 방문 횟수가 줄어든다. 매출도 덩달아 줄어든다. 그렇다고 가격을 내리기 위해 음식 질을 낮출 수는 없는 일. 그럼에도 양 대표는 “매출이 예전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 정도만이라도 감사하다”며 자족한다.


 

 

 

자세한 내용은 외식경영 2019년 10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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