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맛집을 찾아


살맛 나는 세상과 인생길 찾는 순례자
부산 사상구 <해물왕창칼국수>

손님이 식당에 기대하는 건 간단하다.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값싸게 사먹는 거다. 내 밥값의 일부가 사회에 유용하게 쓰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이게 간단치 않다. 그러나 세상엔 가끔 간단치 않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 있다.
글 이정훈 기자

 

 

 

맛있는 해물 칼국수의 비결은
양질의 해물 확보

호박과 부추를 썰어 넣은 국물은 감칠맛이 났다. 다섯 가지 해물이 우러난 육수는 개운하고 시원했다. 푸짐한 면발은 탄력이 넘쳤다. 부산 <해물왕창칼국수>의 ‘해물듬뿍칼국수’ 얘기다. 생물 조개와 신선한 해물을 듬뿍 넣고 끓인 ‘해물탕급’ 해물칼국수다. 이런 해물칼국수를 단돈 5000원에 판매하는 사람은 박기대 대표다. 칼국수의 주 재료는 밀가루다. 그렇지만 칼국수 한 그릇에서 차지하는 밀가루 원가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주재료인 밀가루보다 부재료인 해물 값이 더 비싸게 먹힌다. 물론 밀가루는 최고급 제품을 사용한다. 하지만 맛있는 칼국수 여부는 밀가루보다 투입하는 해물의 질과 양이 좌우한다.
양질의 해물 확보는 개점 이래 박 대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분야다. 가장 많은 양이 소요되는 해물은 살아있는 바지락과 동죽이다. 그는 직접 발품을 팔아 전북 고창의 산지에서 품질이 월등한 동죽과 바지락을 발견했고, 이곳의 유통업체와 5년째 거래하고 있다. 바지락은 해감 상태가 중요하다. 뻘이나 모래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입에 씹힌다. 거래처에서 거의 완벽하게 해감한 바지락을 보내준다. 바지락 선별 기준 중 해감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서식 환경이라고 한다. 산지에 따라 뻘과 모래의 비율이 다르다. 대체로 뻘이 6~7할이고 모래가 3~4할 정도 섞인 바다에서 자란 바지락이 맛있다고. 거래처가 있는 고창 앞바다가 바로 그런 환경이라고 한다.
가리비는 계절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 동절기에는 2만5000원~3만원 정도 하다가 하절기에는 7만3000원까지도 올라간다. 가격 등락폭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여름에 폐사율이 너무 높다. 비싸게 주고 산 가리비가 대부분 죽고 신선도도 낮아진다. 이 때문에 하절기에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리비 양을 줄이거나 빼기도 한다. 그 대신 손님에게 선물하는 기분으로 새우는 좀 더 고급 종에 속하는 170g짜리 칵테일 새우를 넣는다. 홍합은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마산에서 신선한 것을 직송한다. 조개류 외에 오징어나 새우 등의 해물은 냉동창고에 항상 적정 재고량을 확보해둔다. 양질의 해물을 대량 매집하면 가격도 그만큼 유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가치 있게 벌어 가치 있게 쓰자’
통큰 기부로 표출된 돈 철학

“돈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욕심이 생깁니다. 마치 소금물 같아요. 마실수록 갈증이 생기는 거죠. 밥 먹고 살 정도만 소유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이상의 돈은 의미없다고 봐요.”
박 대표는 웬만한 곳은 승용차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어서다. 주변에선 고급 승용차를 권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고급 승용차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럴 돈이 있으면 더 긴요하고 더 가치 있는 곳에 쓰겠다고 한다. 돈이란 잘 벌고 잘 써야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돈 철학이다.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돈 철학은 통큰 기부로 표출됐다. 박 대표는 2016년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020년까지 1억원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 5년 간 1억원을 기부하는 부산지역 133번째 아너소사이어티(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이 된 것. 2019년 현재 1억원 가운데 80% 정도의 금액을 기부 완료한 상태다.
거액 기부는 평소 그의 지론에 따른 행동이었다. 몇 가지 개인적인 동기도 있었다. 우선 2세들에게 무형의 가치를 상속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나만을 위한 삶보다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을 아들딸들이 조금이라도 배우고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는 것. 또 의도적이고 자발적인 채무를 형성해 스스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한다. 갚아야 할 부채가 생기면 사람은 아무래도 느슨해지고 해이해질 수 없다. 박 대표는 기부 뒤에 신문 등 언론에서 너무 과분하게 칭찬해준 거 같아 부끄럽다고 말한다. 더구나 박 대표를 아끼는 어느 대학교수는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액자로 제작, 직접 식당에 가져와 부착했다. 박 대표는 그 액자를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마음이 불편했다. ‘이러려고 기부한 게 아닌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번 떼려고 했지만 절친하게 지내는 그 교수의 성의를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산다는 건 끝없이 배우고
여행하고 즐기는 것

박 대표에겐 자녀가 셋이다. 각각 초, 중, 고교에 재학 중이다. 자녀를 명문 상급학교에 보내기 위해 금전적으로 투자할 생각은 없다. 지금 야기되는 여러 사회문제들의 원인은 국민들의 학력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참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고의 명문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이 오히려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인식한다. 고급 지식이 사회의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도구가 아니라 엘리트 자신의 욕구 충족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 따라서 교육은 엄청난 양의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 사람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게 먼저라고.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교과학습보다 인성이나 생활 교육을 더 강조한다. 사람은 누구든 학교교육보다 사회교육이나 평생교육을 통한 전인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바쁜 와중에 틈을 내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그에게 여행은 관광이 아니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시야를 넓히는 배움의 시간이다. 편견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기회다. 여행을 가기 위해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둔다. 지난 2월에는 12일간 미얀마를, 3월에는 24일간 스페인을, 6월에는 일본을, 8월에는 딸과 15일간 영국 도보횡단 여행을 다녀왔다. 아들과는 2009년과 2014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기도 했다. 현실이 힘들지라도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면 일상은 행복하다. 생각의 영토도 넓어진다.

 

 

 


가격 책정에도 박 대표의 돈 철학이 드러난다. <해물왕창칼국수>의 기본 메뉴인 해물듬뿍칼국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00원을 받았다. 아주 오랫동안 그 가격을 유지했다. 그는 다른 식당 수준과 비교해서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남들이 얼마에 팔든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일 뿐. 내가 손해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손님에게 최대 이익을 줄 수 있는 선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내 최저 이익, 손님의 최고 이익, 예상 판매량, 이 세 가지 해답을 찾는 3차 방정식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그렇게 정해진 금액이 5000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외식경영 2019년 11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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