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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은 곰탕이다

 

 

곰탕과 설렁탕의 경계는 늘 헷갈린다. “결국 그게 그거 아니냐”라며 심드렁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기준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든 곰탕과 설렁탕은 시작점이 다르다. 그 원류로 거슬러올라가보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대중들에게도 꽤나 알려진 ‘전통의’ 곰탕전문점들 대부분이 취재를 거부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30~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전통곰탕집 몇 곳을 돌아봤다. 에디터 김준성

 

 

전라도 곰탕은 청주, 경상도 곰탕은 탁주
역사적으로나 문헌적으로 곰탕과 설렁탕의 경계는 분명했다. 우선 곰탕은 임금님의 수랏상에 오르는 귀한 음식으로, 서민들이 먹는 대중적 음식 설렁탕과 그 시작점이 다르다. 때문에 곰탕은 우족과 소꼬리, 양 등 고기만을 사용해 국물을 우려내는데 비해 설렁탕은 소머리와 사골, 여러 가지 부위 고기들까지 모두 한데 넣어 국물을 낸다. 곰탕이 ‘고기로만 우려낸 맑은 국물’, 설렁탕이 ‘각종 고기부위와 사골로 우려낸 뽀얀 국물’로 간단하게 구분·정리된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곰탕은 또 크게 황해도의 해주곰탕과 전라도의 나주곰탕, 그리고 경상도의 현풍곰탕으로 나누어진다. 나주곰탕이 살코기와 소머리, 양·곱창만을 넣어 끓인 맑은 국물인데 비해 현풍곰탕을 비롯한 경상도 지역의 곰탕은 사골을 장시간 고아서 만든 사골국물에 양지와 사태 등의 삶은 쇠고기를 추가하는 형태로 발전됐다. 이와 달리 나주곰탕은 일본 강점기 때 통조림 공장에서 버려지는 부산물로 고깃국을 만들어먹기 위해 이것저것 끓이며, 부산물의 기름기와 냄새를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돼왔다. 나주곰탕이 맑은 국물의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그래서라는 의견도 있다. 경상도의 현풍곰탕을 탁주, 전라도의 나주곰탕을 청주에 비유하는 것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은 곰탕,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것은 설렁탕이라는 기준점도 있다.
또한 사단법인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의 설명에 의하면 “소고기와 내장 등을 넣고 간장으로 입맛을 맞춘 것은 곰탕, 허파와 창자 등의 잡육을 넣고 소금으로 입맛을 맞춘 것이 설렁탕”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지역·사회적으로 흩어지고 뒤섞인 음식의 개념
이처럼 곰탕과 설렁탕의 기준이 모호해지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뼈와 함께 우려내는 경상도식 곰탕 혹은 설렁탕이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선이다.
앞서 얘기했듯 각종 고기부위뿐만 아니라 사골도 함께 우려내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경상도식 곰탕과 설렁탕은 더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곰탕은 본래 곰국이라 불렀다고도 하는데 사골을 제외한 채 고기만을 오래 푹 고아내 먹는 음식이기에 부유한 이들만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전라도 지역에는 각종 곡물과 수산물 등 먹을 것이 풍부했기 때문에 고기만 우려내는 맑은 국물의 탕반이 발전할 가능성 또한 더 컸을 것이다.
근대에 들어와선 ‘뼈와 고기를 한데 끓이는 게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곰탕전문점이지만 사골육수를 일부 섞어서 낸다거나 하는 식당들이 늘어나며 곰탕과 설렁탕의 경계는 더 불분명해지게 됐다. 게다가 갈비든 사골국물이든 음식에 ‘뼈’가 있어야만 ‘가치 높은 보양식’으로 생각하는 대중의 인식 또한 뽀얀 국물 곰탕과 설렁탕의 구분을 흐릿하게 만들며 그 범주를 더 넓혀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이렇게 불분명한 경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곰탕과 설렁탕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곰탕은 다양한 고기부위와 곱창, 양과 같은 것을 고명으로 사용하는데 비해 설렁탕은 삶은 양지부위 몇 조각만 고명으로 사용한다는 분류기준도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일부 의견 중 하나다.

 

애매모호해진 곰탕·설렁탕의 경계
이와 같이 본래, 곰탕과 설렁탕의 기준점은 명확한 편이었으나 현재 국내 외식시장에서 곰탕과 설렁탕의 경계는 애매모호해졌다. 특히 경상도의 현풍곰탕은 사용되는 재료나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설렁탕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식당 경영자들도 소비자들도 곰탕과 설렁탕을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뭐라고 부르면 어때. 든든하고 맛있으면 뭐가 됐든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손님들 반응도 있다.
하지만 음식의 유래를 제대로 알고 만드는 것과 모르고 판매하는 것에는 미세할지언정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곰탕과 설렁탕의 기준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난 후 현재 외식시장에서 운영 중인 각각의 곰탕·설렁탕전문점들을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더 필요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 자세한 내용은 vol. 181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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