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냉면의 면

냉면은 어떤 면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구분하곤 한다. ‘메밀로 만들면 평양냉면, 전분이 들어가면 함흥냉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웰빙 트렌드의 영향으로 평양냉면의 메밀 비율이 높아진 것처럼 냉면은 시대 상황에 맞춰 항상 변화해 왔다. 앞으로 어떤 흐름을 타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늘 그래왔듯 면의 식감과 맛에 대한 선호도는 계속해서 달라질 것이며,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의 핵심 메시지다.  에디터 김선주

 

 

메밀과 전분,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냉면 사리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는 메밀과 전분이다. 쫄깃한 식감을 더하려면 전분을, 그리고 건강함을 어필하려면 메밀 함량을 늘려야 한다는 건 공식과도 같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비율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아무래도 누구를 타깃으로 얼마에 판매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일이고 어떤 재료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반죽 방식, 숙성 방법, 면의 굵기, 그리고 삶는 시간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자가제면하는 매장의 경우 전문성을 강조해야 하는 만큼 이러한 변수를 통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식재료를 깊이 들여다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직접 만드느냐, 사서 쓰느냐
매장 운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승패를 좌우하는 요즘, 냉면 사리도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이는 냉면이 주연인지, 조연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냉면이 대표 메뉴라면 완성도 높은 메뉴를 선보여야 하고 전문점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해야 하기에 자가제면을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 최근 다양한 스펙의 제분 가루가 출시되고 있는 만큼 개성 있는 면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 물론 어려운 점이 많다.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매장 규모가 커야 할 뿐만 아니라 반죽기, 면기, 사리 냉각기 등의 설비가 필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시시 때때 변하는 습도와 온도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고, 원활한 시스템을 갖추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또한 문제다. 그러므로 작은 매장 또는 후식 메뉴로 냉면을 판매하는 경우라면 상품력 우수한 제품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며 메뉴 차별화의 방법을 모색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메밀

깊이있게

 

현황
메밀은 추운 지방에서 서서히 열매를 맺는 작물이다. 척박한 땅에서 오래 견딘 메밀일수록 알차게 여물기 때문에 중국 내몽고 지역과 러시아, 미국 등의 국가에서 주로 생산된다. 한국에서는 70% 이상이 제주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강원도에서도 일부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산 메밀 생산량은 연간 100톤 내외로, 수요를 충족하기 부족한 양일뿐만 아니라 매입 단가 또한 kg 당 1만원이 넘기 때문에 수입산 메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렇다면 메밀은 왜 비싼 걸까. 주된 이유는 다른 곡물에 비해 수입 관세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수입사들이 수입권 공매제도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들여오고 있음에도 일본과 러시아에 비해 수입량이 현저히 낮아 공급량이 적은 편. 또한 기존 메밀에서 껍질을 제거하면 2배가량 원가가 올라가게 되고, 여기에 추가적인 가공 절차가 들어가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 결국 건강한 식재료이기에 비싸다는 건 오해다.

특징
메밀은 배유, 배아, 종피 등으로 구성돼있으며 부위마다 특징이 모두 다르다. 배유는 대부분이 전분질로 구성돼있어 찰기가 있고, 배아는 단백질이 풍부하며, 종피는 루틴·단백질·지방함량이 높은 게 특징이다. 흔히 메밀만으로 면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는데, 배유 부분으로 제면하면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점착성이 좋다. 그렇다고 배유로만 만든 면이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각 부위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우러지게 사용하는 게 좋다. 실제로 메밀 향은 배아와 종피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품종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메밀 품종은 제한적이다. 기껏 해봐야 쓴메밀과 단메밀 두 가지가 전부다. 전 세계적으로 50개가 넘는 다양한 메밀 품종이 있는데도 왜 2가지밖에 사용할 수 없을까. 그 이유는 메밀의 재배 조건에 있다. 같은 농지에 다른 품종의 메밀을 함께 재배하게 되면 서로의 성질이 섞여 고유의 특징을 잃어버린다.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메밀 종류가 제한적이고, 국가마다 메밀 특성이 모두 다르다. 이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품종은 단메밀이며, 쓴메밀은 몽골산 ‘타타리 메밀’을 농촌진흥청에서 재개발한 것으로, 일반 메밀보다 루틴 함량이 70배가량 많은 게 특징이다.

 

 

 

“국내 메밀 최대 산지 제주, 품종 개발연구 활발” 
<서관면옥> 김인복 대표


 

신선한 면을 만들고 싶어 제주도 메밀을 직접 제분해 사용하고 있다. 중국 내몽고 지역 메밀 품질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유통거리가 길다 보니 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국내산 메밀은 유통이 활발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거래가 많지 않고 선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일정한 품질로 공급받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게 농림부 산하 기관인 ‘제주도 메밀 사업단’에 속한 영농조합법인들과 계약을 맺는 거였다. 제주에서는 봄과 가을, 두 번의 파종을 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고 같은 밭에서 자란 메밀이니 맛도 일정하다. 현재 연간 1톤씩 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분점을 오픈할 예정이라 그 규모를 좀 더 늘릴 생각이다. 또한 최근 조합에서 떠오르는 화두는 품종개량이다. 용도에 맞는 다양한 메밀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메밀의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분

다같은전분이아니다

 

전분은 크게 밀과 옥수수 등의 곡류, 그리고 감자와 고구마처럼 뿌리채소에서 추출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곡물 전분보다 뿌리 전분들이 수분기가 많은 편이라 익는 속도가 빠르고 익혔을 때 반투명한 젤과 같은 상태가 된다. 그래서 제면 시 부드럽게 늘어나는 게특징. 이와 반대로 곡물 전분은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익혀지며 불투명하고 단단한 편이다. 결국 어떤 재료에서 전분을 얻어내느냐가 면의 물성과 식감을 좌우하기 때문에 각각의 특징을 아는 게 중요한데, 사실 자가제면하는 곳이라면 대부분 고구마 전분을 활용하고 있으니 곡물 전분에는 관심이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피오카 전분을 혼합하는 등 원가를 줄이는 동시에 품질 개선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으니 충분히 참고할만한 내용이다. 특히 완제품 면을 활용할 경우,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다양한 전분들이 함유됐는지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전분에 대한 이야기는 공장제면 선택에 있어 더 의미 있는 정보가 될 거다.

 

제면 시 필수, 고구마 전분

함흥냉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고구마 전분을 메밀보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부드럽고 쫄깃한 물성으로규격화된 맛을 내기 쉬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구마 전분 100%로 면을 만들면 0.6mm 정도로 얇게 뽑아도 끊어지지 않는다. 가루 자체도 보관하기 간편하니 매장 운영 상 이점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자가제면하는 곳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고구마 전분. 평양냉면 사리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메밀가루로만 반죽을 만들면 아무래도 원가 부담이 되고, 제면하는데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에 대부분 전분과 메밀가루를 일정 비율로 혼합하고 있다. 결국 제면하기 최적화된 전분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장제면에 있어서는 유독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래도 뿌리 전분 중 고가에 속해 쉽게 다룰 수 없는 식재료인 것. 그런데도 함흥냉면 사리와 비슷한 식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설비 차이로부터 비롯된다. 제조사에서 사용하는 기계 자체의 압력이 높기 때문에 반죽에 탄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같은 전분인데, 가격은 왜 다를까
일반적으로 공장제면을 가공할때 사용되는 전분 가격대는 칡가루,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 변성 타피오카 전분, 타피오카 전분 순으로 비싸다. 그런데 같은 고구마 전분인데도 가격이 모두 다른 이유는 원재료의 품질 차이로부터 비롯된다. 좋은 전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원물 선별이 가장 중요한데, 대규모 농장에서 수확하는 농작물을 일일이 확인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또한 원물을 갈아 녹말을 침전시키는지, 수분을 증발시켜 만드는지에 따라 전분의 순도가 제각각인 것. 사용자 입장에서 이런 디테일을 살펴볼 수 없으니 직접 사용해보는 게 최선책이다. 대부분의 제분업체에서 샘플 제공을 하고 있으므로 비교해보는 게 좋으며, 고구마 전분의 경우 3개월 이상 건조해 사용하면 전분의 순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칡은 검지 않다”
청하우 박은영 이사


 

‘칡 냉면’하면 대부분 검은 면을 떠올릴 거다. 누군가는 ‘칡을 태워 넣어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칡을 갈아 침전시키면 하얀 가루가 나온다. 언제부터 이런 제품들이 출시된 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바로잡고 가야 할 내용이다. 몇 년 전 칡가루 파동이 있은 후로부터 가격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현재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전분 중 칡 전분이 가장 비싸다. 그래서인지 칡 냉면을 생산하는 업체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문제는 일부 업체에서 칡 전분을 극소량 넣은 후 면을 검게 만들기 위해 볶은 메밀이나 색소를 넣는다는 거다. 건강함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식재료인 만큼 제조과정과 함량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게 좋겠다.


 

 

* 자세한 내용은 vol. 183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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