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돼지고기 타임라인

언제나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
손님들을 끌기 위한 그 경쟁이 치열한 만큼 먹는 방식과 플레이팅의 형태도 천차만별로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돼지고깃집, 예전엔 어떤 게 사랑받았고 지금은 또 어떤 게 주목받고 있을까.
에디터 김준성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친근하다. 소고기보다는 싸고 닭고기보다는 비싼, 언제든 가까이 할 수 있는 고기. 그래서인지 국내 외식시장에서 돼지고기 전문점을 비롯한 돼지고기 프랜차이즈 브랜드들 또한 꽤나 많은 편이다.
그 어떤 업태의 식당이 안 그렇겠냐만, 돼지고기전문점도 언제나 ‘포화상태’라는 의견이 많았다. 수없이 늘어서있는 고깃집들중 치킨집 아니면 대부분이 돼지고깃집이었고, 그 안에서 경쟁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언제나 형태의 변화를 고민하게 됐다. 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와인에 숙성을 한다거나 벌집 모양의 칼집을 내는 건 기본이고, 얇은 떡에 싸먹는 형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떡쌈시대>도 있었다.
<맛찬들 왕소금구이>와 <하남돼지집>, <육전식당>, <화포식당>, <육통령> 등 3cm 두께의 스테이크 형태도 큰 인기를 누렸고 지역농가와의 직거래 계약을 통해 명이나물 등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었다. 퀄리티 좋은 육류유통의 중요성 때문에 원육의 자체 관리와 유통·직거래를 한 <월화고기>나 <제주몬트락>도 돼지고기 전문점의 고급화, 그리고 안정적 운영모델로써 손에 꼭 꼽을만하다. 어쨌든 국내 돼지고기 전문점들의 기본적인 메뉴구성과 플레이팅 등은 지금까지 얘기한 브랜드들의 등장과 성장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부분 그 형태를 갖춰나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장에서의 판매가격을 봤을 때 가장 저렴한 편인 브랜드는 <월화고기>와 <제주도그릴>이었다. 원육을 비롯한 식재료를 직접 생산·가공·유통·판매하기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원가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부분들은 그 외의 반찬이나 서비스 등으로 재투자되기에 회사 차원으로 살펴봤을 때에도 운영의 안정감을 느끼게 만든다. 고깃집들이 여러 형태로 변화하고 새로운 것들이 시도되지만, 언제나 늘 변하지 않는 건 원육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안정적인 유통과 공급이었다. <월화고기>와 <제주도그릴>은 그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이제 고깃집들은 단출한 메뉴와 간편한 운영구조,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곳들이 주목받고 있다. <금돼지식당>이 그렇고, <고도식>과 <몽탄>이 그렇다. 물론 이게 돼지고기와 소고기집들만의 트렌드는 아니다. 현재의 외식업 전 분야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앞으로 또 어떤 형태와 구성의 돼지고깃집이 등장할지는 모르지만, 지난 시간동안 어떤 브랜드들이 크게 사랑받았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 본다. 물론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봐도 앞으로의 돼지고기 외식시장이 어떻게 될 거라는 게 잘 보이지 않는 건 똑같지만.

 


 

2008년, 3cm 두꺼운 고기의 등장
국내 외식시장에서 삼겹살과 목살을 비롯한 돼지고기 전문점들이 가장 큰 호황기이자 전성기를 누렸던 건 2011~2014년까지로 보인다. 어느 시대에든 돼지고기 전문점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돼지고기 르네상스’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기 시작한 건 아마도 2008년 <맛찬들 왕소금구이>의 등장 이후부터라 봐도 좋겠다.
물론, 2003년쯤에는 <벌집삼겹살>이나 <떡쌈시대> 등의 돼지고기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얻었지만 삼겹살에 독특한 칼집을 낸다거나 와인을 뿌린다거나 또는 떡을 싸먹는 등 원육 이외의 부분에서만 약간의 차별화를 통해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고기와 관련된 일정한 시대적 흐름이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2008년의 <맛찬들 왕소금구이>는 직접 제조와 육가공, 유통· 판매는 물론 부드러운 육질을 위한 칼집, 그리고 3cm 이상으로 두껍게 썰어내 소비자들에게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었다. 이처럼 <맛찬들 왕소금구이>의 등장 이후 2010년에는 <하남돼지집>, 2013년에는 <육전식당>과 <육통령>, <화포식당> 등등 육즙 가득 담은 두꺼운 고기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대세를 형성했다.

 

퀄리티 높은 반찬구성으로 업그레이드
2013년 같은 해에 모습을 드러낸 <육전식당>과 <화포식당>은 둘 다 스테이크 형태의 암퇘지구이, 그리고 맛있게 굽는 그릴링으로 특화한다. 2010년 운영을 시작한 <하남돼지집>이 두껍게 썰어낸 고기와 능숙한 그릴링으로 한창 전성기를 누리며 확대해나가고 있을 때 <육전식당>과 <화포식당>은 이에 더해 그들만의 계절반찬, 고급스러운 테이블 세팅 등으로 천천히 진화하며 자리잡아나가게 된다.
특히 삼겹살·목살 전문점으로 유명세를 널리 알린 <육전식당>은 양질의 암퇘지, 그에 적합한 숙성과정 등을 거쳐 원육에 대한 경쟁력을 탄탄하게 갖췄으며 부추무침과 갓김치, 깻잎장아찌, 고추장아찌 등 직접 만들어내는 찬류, 그리고 직원들의 능숙한 그릴링 등을 통해 비슷한 형태의 고깃집들 중 가장 앞서 주목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가마솥밥, 명이나물 등 현재의 돼지고기 전문점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는 구성이 이 당시부터 조금씩 형태를 갖추게 된다. <화포식당> 또한 비슷하다. 농장과의 직접 계약을 통한 원육 유통·공급, 1++등급의 국내산 암퇘지 사용, 전문교육을 받은 직원들의 그릴링, 그리고 갈치속젓, 소금, 고추냉이 등 고기를 한층 더 맛깔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아이템 등 기본에 충실한 메뉴구성과 퀄리티로 오랜 기간 꾸준히 안정적인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2020년 4월 기준으로 <육전식당>은 6개 매장, <화포식당>은 60여개 매장을 운영 중. 매장 수를 급하게 늘리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고 천천히 안정적으로, 각 매장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것 또한 두 브랜드의 공통점이다.

 

무항생제 인증 등 원육 퀄리티에 초점
2014년 등장한 <월화고기>와 <제주몬트락>은 좀 더 대형 규모의 물류공급과 유통시스템을 자랑한다. 퀄리티 좋은 원육을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받는 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핵심 식재료를 직접 생산·유통·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월화고기>는 자가 도정한 쌀과 제철 식재료 활용한 계절김치를, <제주몬트락>은 아스파라거스·곰취·새송이버섯·멸치젓 등 각 산지에서 직수입한 양질의 사이드 찬류로 고급스러운 플레이팅을 강조하고 있다.

 


 

 

임성천 교장이 꼽은 ‘돼지고기 전문점 2곳’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중 어떤 곳이 괜찮은지를 고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원육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직접 구워주는 그릴링 기술에서부터 명이나물과 멜젓 등등 각종 반찬과 테이블 세팅에 이르기까지
돼지고깃집을 차별화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괜찮은 돼지고깃집’이라는 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도 사람마다 취향마다 제각각이어서 전문가의 시선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때문에 정육과 육가공 분야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전문가이자 독일식 육가공기술 교육기관 ‘훔메 마이스터 슐레’의 임성천 교장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돼지고기 전문점&식당 2곳을 선택한다면 어떤 곳을 꼽겠느냐고.
‘훔메 마이스터 슐레’의 권병선 사무총장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제주도그릴>, 이래서 좋다!
“소고기 숙성을 하는 곳은 많지만, 돼지고기 숙성을 체계적으로 하는 곳은 거의 없다. 게다가 맛있는 고기의 조건은 고유의 풍미와 쫀득쫀득한 식감, 그리고 다즙성을 따지는데 이곳의 고기는 3가지가 모두 살아있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생햄샐러드 또한 인상적이다”

10~14일간의 숙성, 간결해진 사이드 메뉴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제주도그릴> 특상본점은 최근, 고기 퀄리티에서부터 메뉴구성, 실내외 인테리어 등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리뉴얼 과정을 거쳤다. 우선, 고기 퀄리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숙성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최상급 원육에 10~14일간의 빙장숙성까지 거쳐 고기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려보고자 한 것. 여기에 자체 육가공시설에서 생산하는 햄과 소시지를 활용해 다양한 애피타이저 메뉴도 준비했다. 또한 기존의 <제주도그릴>에서는 완도 활 전복과 뿔소라구이, 껍데기, 주먹밥, 오분자기 뚝배기, 멍게비빔밥 등 해산물을 활용하면서도 약간의 투박함을 지닌 사이드메뉴들이 많았던데 비해 리뉴얼 후에는 대게장볶음밥과 쌍송멸치국수, 와사비 불고기 주먹밥 등등 좀 더 깔끔하게 정리된 라인업으로 재정비했다.애피타이저와 사이드메뉴 등 메뉴구성이 한층 더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매장 내외부의 인테리어라든가 테이블 구성, 불판도 그에 맞게 변화를 줬다. 빈티지한 느낌의 나무와 양철통, 원형 테이블을 배치했던 기존의 실내 구성은 깔끔한 사각 테이블로 재배치해 모던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많은 손님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고기를 직화로 잘 구워내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친 고유의 불판까지 제작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외 인테리어와 테이블 배치, 사이드 메뉴 구성, 소시지와 햄 등의 가공육을 활용한 상품화, 그리고 무엇보다 원육 퀄리티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한 숙성과정 추가 등은 <제주도그릴> 특상본점의 강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로 보인다.

 

 

 

 

<고기의 정석>, 이래서 좋다!
“우선, 식당의 대표가 직접 지육을 들여와 발골과 육가공 작업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구이메뉴에서부터 찌개 등의 식사메뉴, 그리고 소시지와 떡갈비 등 세트메뉴와 테이크아웃 메뉴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까지 상품화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수많은 상품 개발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시스템과 체계적으로 볼 때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직접 정형과 가공육 제조·생산까지”
<고기의 정석> 수제소시지·떡갈비 포함된 세트메뉴의 경쟁력 정육과 관련한 일만 27년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광식 대표. 그는 경기도 일산에 <광축산>이라는 이름의 정육점과 소고기·돼지고기전문점 <고기의 정석>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강점은 김 대표가 직접 육가공, 발골 작업을 한다는 점. 201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함께 진행한 행사에서 ‘소비자가 선정한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우수매장’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광축산>에서 가까운 위치에 자리한 <고기의 정석>은 132m²(40평) 규모의 매장. 돼지고기 메뉴만을 살펴본다면 우선, 세트메뉴가 눈에 띈다. ‘삼겹세트’와 ‘목살세트’ 두 가지가 있는데 세트메뉴에는 공통적으로 뼈등심 스테이크 200g과 수제소시지, 수제떡갈비 각각 100g이 포함된다. 삼겹살(삼겹세트)이나 목살(목살세트) 200g을 합해 총 600g 분량의 세트메뉴는 2만9000원. 여기서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뼈등심스테이크, 그리고 수제소시지와 수제떡갈비다. 돼지 뒷다리 등 많이 쓰이지 않는 부위를 활용해 김 대표가 직접 소시지와 떡갈비 등의 가공육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비선호부위 활용이나 원가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
지육을 들여오는 가격과 소시지·떡갈비 판매가격, 그리고 수익을 계산해본다면 2020년 4월 기준으로 돼지 뒷다리는 kg당 4000원 내외. 소시지와 떡갈비 판매가격은 100g에 2500원. 즉, 무게만으로 단순 비교해보면 4000원의 돼지 뒷다리로 소시지·떡갈비를 만들어 2만5000원에 판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높은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셈. 이러한 경쟁력의 근간은 모두 매장 내에서 김 대표가 직접 육가공, 발골을 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 자세한 내용은 vol. 184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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