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인 열전


<똑순이아구찜> 백옥자 대표

직원 뽑을 때 능력과 품성 중 하나를 고르라면 품성을 택한다. ‘화난 사람이 만든 음식은 독’이라고 규정한다.
식당에서 돈 받고 ‘독’을 팔 수는 없다는 것. 부부싸움하고 출근한 주방 직원은 하루 쉬게 하는 식당 주인이 여기 있다.

에디터 이정훈

 


 

한밤중 식당, 술 한 잔의 미스터리
밤늦게 퇴근하고 돌아온 어느 날 <똑순이아구찜> 백옥자 대표는 식당에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나 다시 되돌아갔다.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에 술을 가득 부은 술잔이 놓여있었다. 한눈에봐도 정갈했다. 마치 옛날 어머니들이 장독대에 떠놓은 새벽 정화수 같았다. 누군가 치성을 드렸음을 직감했다. 이상해서 다음날 밤에 가봤더니 역시 또 술잔이 깔끔하게 놓여있었다. 누굴까?
범인(?)은 곧 밝혀졌다. 조리실장 박송자 씨였다. 입사한지 18년이 넘은 고참이다. 알고 보니 박 실장에겐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조리실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퇴근하면서 박 실장은 식당 한 쪽에 맑은 술 한 잔을 정성껏 따라 올렸다. 다음날 제일 먼저 출근해 전날 밤의 술잔을 치우곤 했던 것이다. 남몰래 술잔을 올리며 그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이 식당이 잘 되게 해주옵소서!’ ‘이 식당 사람들 무탈하게 해주옵소서!’하고. 명절 또는 식당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더 정성을 들였다. 박 실장에게는 술을 바치는 대상이 누구인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터줏대감이든 칠성님이든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이고 정성일 뿐.

 

 

아귀 순살 인심에 젊은 손님 호응
코로나 사태에 무풍지대인 식당은 거의 없다. <똑순이아구찜>도 예외는 아니다. 메뉴 특성 상 여럿이 먹는 고객 비중이 높다 보니 다른 식당에 비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권의 급격한 변동이 동시에 찾아왔다. 이른바 마곡지구에 새 업무시설과 상가가 대거 들어섰다. 음식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경쟁은 격화됐다. 고객도 기존 중·장년층 고객에서 젊은 층으로 물갈이됐다. 코로나 사태 외에 경쟁심화, 대폭적인 고객층 교체까지 삼각파도에 직면했었다.
백 대표는 급격한 시장 상황 변동과 매출 하락에 적잖이 당황했다. 이대로 매출 하락세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위기에 대응하고자 새로 찾아오는 젊은 층의 니즈를 분석했다. 대개 둘이 오거나 혼자 와서 소(小)자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뼈와 껍질도 아귀찜 맛의 일부로 즐겼던 중· 장년 고객들과 달리 아귓살만을 선호했다.
백 대표는 아귀찜을 젊은 고객들의 니즈에 맞추기로 했다. 아귀의 뼈와 껍질을 줄이고 생 아귀의 순살을 추가로 더 제공했다. 생 아귀는 경북 포항에서 구매한 국내산이다. 마치 포를 뜨듯 살점을 떠서 제공, 아귀 살점의 비율이 무려 90%나 된다. 원가가 너무 급상승하자 일부 직원들이 한사코 반대했다. 그러다 식당 망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나 식당 그만두면 안 된다며 말렸다. 백 대표는 어려워도 한 번 해보자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고객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아귀 살점 맛이 복어 같다는 손님도 있었다. 아귓살이 푸짐하게 들어간 아귀찜에 힘입어 손님 숫자가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식재료비 원가율은 높아졌지만 매출액이 늘어 원가 증가분을 상쇄했다. 손님 숫자는 오히려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약간 넘긴 듯하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다.

 

 

 

 

*자세한 내용은 vol. 188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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