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인 열전


감동 만들기 10년
<막불감동> 정용선 대표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아이들 엄마가 돼있었다. 자식들을 제대로 키워보고 싶었다. 20대 후반의 용감한 엄마는 피자·치킨점을 내고 외식업에 도전했다.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정용선 대표는 지천명을 훌쩍 넘겼다.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올라선 시간들이었다. 에디터 이정훈

 

버려야 얻는 이치
무리한 탓에 건강이 나빠진 정 대표는 피자·치킨점을 정리했다. 그 후 몇 년간 김밥집 핵심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실력을 쌓았다. 왕만두 장사로 다시 내 사업을 시작한 것이 2008년 12월. 겨우내 만두를 팔아 큰아들 대학 등록금을 내고, 얼마간의 돈을 모아 신림동 뒷골목에 노점을 차렸다. <막불감동>의 출발이었다. 정 대표는 2009년 맨주먹으로 창업해 10년 만에 탄탄한 메밀 전문점으로 키웠다. 그의 성공 비결은 뭘까? 크게 두 가지로 모아진다. 철저한 음식관리와 사람에 대한 정성이다.
정 대표는 신선도 떨어진 식재료는 미련 없이 폐기하는 걸 원칙으로 삼아왔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음식 질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식당 경영을 오래 하다 보니 식재료 소요량을 훤하게 꿴다. 기본 식재료는 하루 사용할 양만 구입한다. 판매 부진으로 준비했던 식재료가 남으면 깨끗이 버린다.
남은 반죽이나 육수를 버리다가 직원들이 “멀쩡한데 아깝다”며 말려서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직원들을 설득했다. 식재료 신선도가 떨어지는 순간 음식 맛도 떨어지고 고객도 떨어진다. 고객을 포기하는 것보다 식재료를 포기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겠느냐고. 식당이 잘 나갈 때 쓰다 남은 식재료 버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매출이 저조할 때 버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재고 반죽이 남았어도 열 번 반죽해 그때그때 새것을 쓴다. 이젠 요령이 생겼다. 재고가 남으면 횟수는 평소대로 유지하되 회당 반죽 양을 줄인다.
한꺼번에 대량으로 만들어놓고 사용하면 효율성도 높고 편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작업 횟수와 작업량이 늘어난다. 그렇지만 이젠 정 대표의 뜻을 이해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씩 정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이다. 오히려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를 대표보다 더 걱정한다.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외식업에 뛰어든 정 대표다. 요즘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말한다.

 

 

 

사람 움직이는 것은 사람 마음
정 대표는 주변 사람들을 내편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입에 발린 말을 잘 하거나 사교적인 성격은 결코 아니다. 그저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친밀한 소통으로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힌다. 직원, 고객, 거래처 사람, 외식업계 종사자, 심지어 건물주까지도 그가 어려울 때 발 벗고 나서줬다.
창업 초기 정 대표는 막국수 판매를 염두에 두고 대형 제면기를 구입했다. 제면 기술이나 제면기 사용법 등 사전지식도 없이 덜컥 기계부터 들여놓은 것이다. 일단 전기용량이 맞지 않았다. 평소 정 대표의 성실성을 높이 샀던 건물주의 협조로 전기 승압공사를 마치고 제면기를 설치했다. 2015년, 건물주는 지금의 <막불감동> 자리인 지하 점포가 비자 <막불감동>의 입점을 허락했다. 지하에 식당 업종을 들이지 않으려 했던 당초 입장을 바꾼 것이다. 설치는 했으나 정 대표는 제면기 조작법을 몰랐다. 마침 제면기를 구경하러 왔던 이웃 갈비집 대표가 정 대표의 사정을 알고 조작법을 흔쾌히 가르쳐줬다.
정 대표는 막국수 조리법도 몰랐다.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막국수 조리법을 가르쳐달라는 관람객에 박물관 직원은 난감했다. 그래도 정 대표의 진정성에 감동했는지 자기 집 막국수 조리법을 성의껏 알려줬다. 직화불고기 조리법은 갈빗집을 했던 언니에게 전수받았다. 대충 식당이 자리 잡히자 간판을 달아야 했다. 비용을 줄이려고 간판 대신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안면이 있는 업자에게 부탁했다. 그는 현수막 설치 뿐 아니라 페인트칠, 전기 배선, 집기류 정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주고 돌아갔다. 식당 초보였던 정 대표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아 미뤄뒀던 일들이었다. 돌아보면 힘에 부칠 때마다 기적처럼 도와주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며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 자세한 내용은 vol.192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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