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경영+김본과 함께하는


맛있는 된장을 찾아서

외식경영+김본과 함께하는 된장 맛집 발굴 시리즈
맛있는 된장을 찾아서

 

음식 맛의 팔할은 장맛이다. 18세기 농서인 「증보산림경제」에 ‘장(醬)은 장(將)이다. 모든 맛의 으뜸’이라고 했다. 지금도 이 말은 틀리지 않는다. 이런저런 부재료(졸병)가 들어가도 음식 맛을 결판 짓는 주재료(장군)는 장이다. 장 중에서도 된장은 대표적이다. 직장인 점심 선호도 조사에서 된장찌개가 늘 1등을 차자할 만큼 된장의 위상은 아직도 높다. 그러나 양질의 된장을 공급하는 업체가 드물고 식당 된장과 된장찌개는 하향평준화 한 것이 현실이다. 한식당 음식 수준과 매출 향상을 위해 된장 업그레이드 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된장과 된장음식의 품질 향상을 위해 분투하는 현장을 찾아봤다. 이를 계기로 한식 종사자들이 된장 수준 향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구현 노력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에디터 이정훈

 


 

갈비 만나 더 깊어진 맛, 3년 숙성 된장
인천 송도 <백제원>

(주)디딤이 론칭한 숯불갈비 한정식 <백제원>은 질 높은 갈비에 걸맞은 된장찌개가 절실했다. 사내에서 개발 분야를 맡고 있는 유기영 이사는 된장찌개에 사용할 양질의 된장을 찾아 여러 장류업체들을 뒤졌다. 수도권에서는 찾지 못하자 충청권으로 범위를 넓혔다. 마침 충남 홍성에서 원하는 수준의 된장을 발견했다. 홍성의 콩으로 메주를 쑤어 유기농 볏짚 위에서 말리고, 지하 암반수를 끌어올린 물에 신안 천일염으로 장을 담갔다.
처음에는 개인이 자신의 음식점에서 사용하려고 2012년부터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런데 차츰 생산량이 늘자 생산주체를 영농조합으로 확대했다. 현재 200~300개의 항아리에서 장이 익어가고 있다. <백제원>은 3년 묵은 된장만 구매한다. 이곳 된장은 끓일수록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난다는 게 유 이사의 설명이다.
<백제원>은 묵은 된장으로 ‘갈비된장정식(1만2000원)’을 완성했다. 갈빗살을 넣어 끓인 갈비된장찌개에 10종의 반찬과 공깃밥을 제공하는 메뉴다. 강된장 스타일로 풀어낸 되직한 된장찌개다. 무채에 밥을 비벼서 먹으면 아삭한 무의 식감과 구수한 시골 된장 맛을 느낄 수 있다. 중·장년층 고객에겐 추억을 부르는 맛이다. 이 외에 고기 후식 메뉴인 뚝배기된장찌개가 있다. ‘3찬+공깃밥’을 묶어 3000원에 제공한다. 갈비된장정식과는 달리 국물의 시원함을 강조했다.
유 이사는 “된장은 저렴한 식재료라는 편견을 깨야한다”며 된장을 활용한 고급 메뉴의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제원>은 ‘갈비된장’을 비롯해 된장 활용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를 밀키트 형태로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후식으론 아까운 고깃집 막장 된장찌개
강원 춘천 <원조닭불고기>

<원조닭불고기>는 춘천의 60년 된 닭갈비집이다. 2000원에 판매하는 후식용 된장찌개의 평판이 좋다. 닭갈비를 먹고 주문하면 고기를 구웠던 숯불 석쇠 위에 된장찌개를 올려준다. 메뉴 이름은 된장찌개지만 강원도 막장으로 끓였다. 국물에 막장 특유의 붉은 빛이 돈다. 소박한 알루미늄 냄비 생김새와 향토색 짙은 막장 냄새에서 서민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숯의 불땀이 좋아 가열될수록 찌개 맛이 깊어진다. 고객들은 이 된장찌개 맛을 ‘강원도스러운 맛’이라고 부른다.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하고 매콤한 맛을 강조했다. 닭갈비 먹고 난 뒤에 먹는 후식이어서 매콤한 맛이 입가심 구실을 톡톡히 한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냉이가 내는 단맛도 좋다. 국물이 무슨 맛인지 무덤덤했는데 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막장을 담글 때 넣은 보릿가루가 당화되어 내는 단맛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다가 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막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우렁이를 넣어 뭔가 씹는 맛을 보강했더라면 훨씬 더 맛이 좋을 것 같다. ‘우렁막장’으로 식사 메뉴화를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유일한 식사메뉴인 막국수(7000원)의 대체 메뉴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다. ‘닭갈비+막국수’ 조합도 좋지만 이에 식상한 고객이나 밥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고객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쉬운 대로 공기밥(1000원)을 주문해 된장찌개와 먹는 고객이 많다. 반찬으로 나온 산나물도 된장찌개와 잘 어울린다. 나이 지긋한 여직원이 “막장은 해마다 담그지만 1~2년 묵힌 막장을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경기북부식 개운한 날배춧국
서울 양재동 <아는집가정식부페>

날배추는 시래기나 우거지의 묵은 맛과 다른 싱그러운 단맛이 난다. 살아있는 초록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날배추가 된장 엷게 푼 국물에서 소고기를 만나면 깊은 감칠맛과 구수한 맛이 난다. 경기 북부지역에서는 이를 ‘날배춧국’이라고 불렀다. <아는집가정식부페>는 ‘얼갈이된장국’ 맛에 반해 단골이 된 고객이 많다. 얼갈이배추를 잘게 썰어 된장을 엷게 풀고 소고기 양지를 넣어 끓였다. 날배추 특유의 신선한 단맛과 개운한 국물 때문에 서울 최고의 된장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집은 맛있는 국과 그날그날 만든 먹음직스런 반찬을 조합한 가정식 백반을 6500원에 뷔페식으로 판매한다. 매일 국이 바뀌는데, 얼갈이된장국은 원래 매주 목요일만 나왔다. 차츰 찾는 사람이 늘어 지금은 월요일에도 얼갈이된장국을 제공한다. 아침 6시에 문을 열어 오후 2시에 닫는다. 아침이면 얼갈이된장국으로 해장하러 찾아오는 손님이 적지 않다. 구수하고 편안한 국물이 속을 달래준다.
이 집은 75세의 할머니와 동생 자매 2인이 운영한다. 이 분들 부모님이 개성 출신이다. 조선시대에 개성은 경기도에서 음식문화가 가장 발달한 고장이었다. 국에 들어가는 된장은 예전 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직접 담근 것이다. 양질의 된장을 넣고 끓인 배춧국은 탄수화물인 밥과 같이 먹을 때 단백질을 보완해주는 효과도 있다. 요즘 인구가 노령화되면서 중·노년층의 구매력도 만만치 않다. 그들에게 배춧국은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막장 풀어 시원한 된장찌개
강원 춘천 <멍텅구리>

춘천 한우 전문점 <멍텅구리>는 한우 등심 부위를 활용한 불고기로 고객을 불러 모은다. 이 집은 주물럭 타입의 양념 불고기 못지않게 된장찌개로도 유명하다. 메뉴 이름은 ‘된장전골(8000)’. 한우 잡육과 바지락을 비롯해 달래, 두부, 팽이, 호박 등 된장찌개 필수 재료들은 모두 들어갔다. 국물은 멸치 베이스에 막장과 혼합한 된장을 풀었다. 보글보글 끓으면 검고 묵직한 뚝배기에 내온다. 여러 재료에서 우러난 국물이 찌개 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조금 썰어 넣은 청양고추가 얼큰함을 살짝 내비친다. 기본에 충실한 된장찌개다.
소고기가 우러난 국물이어서 굳이 해물은 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멸치 맛에서 약간 묵은내가 나는 점이 옥의 티. 그럼에도 막장과 된장이 들어간 국물은 구수하고 시원하다. 이 집 주인장의 큰어머니가 40년째 끓여온 된장찌개다. 된장전골 맛의 핵심인 찌개용 장은 이 분이 강원도식 막장에 된장을 섞어 만들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직접 막장을 담가서 썼지만 지금은 지인이 만든 막장을 구매한다. 팔순의 고령에도 주방을 지키고 있는 이분은 음식을 시할머니에게 배웠다. 시할머니는 서울 아현동에서 대대로 살아온 안동 권씨 종가의 종부였다고 한다. 춘천으로 이사 했어도 음식은 서울 스타일을 유지한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멍텅구리> 된장전골과 반찬에서 ‘서울스런’ 느낌이 난다. 서울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다.
쌈장에도 막장을 섞어 사용한다. 고소한 날배추 속과 구수한 막장 맛이 잘 어울린다. 맛있는 반찬과 매치되면 된장찌개의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 이 집은 두부조림 등 바로 조리한 반찬들도 먹음직하다. 반찬들도 서울 스타일이다. 된장전골은 토, 일, 공휴일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고기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리라.

 


 

막장
또 하나의 된장, 활용범위 늘어

메줏가루로 속성 숙성시켜 사용, 된장과 달라
막장은 무엇일까? 된장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장독에 메주와 소금물을 붓고 몇 달 지난 뒤 소금물에 우러난 것이 간장인데 이때 남은 건더기가 된장이다. 처음부터 메주를 가루 내어 보리 등 곡류의 전분을 넣고 숙성시켜 장으로 만든 게 막장이다. 보리 대신 찹쌀, 멥쌀, 밀가루 등을 넣거나 섞기도 한다. 이들 곡물에 함유된 전분이 당분을 분해해 발효를 촉진하고 단맛을 낸다. 지역에 따라 고추씨 가루나 엿기름을 추가한다.
막장은 오래 두면 풍미가 좋아지지만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된장과 구별된다. 막장을 ‘속성 된장’이라고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막장을 흔히 고추장과 비교한다. 가루 낸 메주를 곡물가루와 섞어 당화시킨 뒤 보름 정도의 짧은 숙성기간을 거치면 바로 먹는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고추장은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 맛을 강조해 막장과 차이가 난다. 제조법이나 용도로 보면 막장은 된장보다 고추장에 더 가깝다. 막장은 전통적으로 강원도와 경상도 일부에서 주로 담갔다.
막장은 간장을 빼지 않아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된장보다 잡내나 떫은맛이 적고 맛이 깊으며 단맛이 강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찌개에 막장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또한 막장은 아미노산이 된장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뇌에 좋은 레시틴 성분과 섬유질이 풍부한 전통 건강식품이다. 이런 점을 부각시키면 건강 트렌드와 접목해 마케팅에 활용할 여지가 크다.

찌개는 물론 우동과 소스에도 활용
막장은 국물을 내면 맛이 시원해 찌개 재료로 많이 쓰인다. 최근 찌개뿐 아니라 쌈이나 수육을 찍어먹는 쌈장, 조림이나 무침용 양념, 볶음용 소스 등으로 사용하는 곳들도 있다. 또한 비빔밥용 강된장이나 여러 음식의 조미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인공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고객에겐 생소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2020년에 개점한 경기 고양의 고깃집 <김삼관>은 삼겹살과 어울리는 찌개를 개발하기로 했다. 재래된장과 청국장 등 12가지 찌개 재료로 시험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때 지인의 추천으로 강원도 막장을 구입해 찌개를 끓여봤다. 삼겹살과 잘 어울렸고 찌개 본연의 맛도 뛰어났다. 좀 더 시험해보니 해물이나 멸치 등 해산물보다 소고기와 잘 어울렸으며 30분 이상 오래 끓여야 더 맛이 좋아졌다.
현재 삼겹살과 막장찌개를 결합한 ‘한돈삼겹정식(1만원)’을 점심특선 메뉴로 내놓았다. ‘막장우동(6000원)’은 ‘막장찌개(5000원)’ 베이스에 가는 우동면을 조합했다. 일본식 우동과는 달리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고객만족도가 높고 의외로 젊은층에서도 선호한다. 이밖에 명란젓 넣은 막장을 삼겹살 찍어먹는 소스로 활용하고 있다.
강원도에는 막장을 생산, 판매하는 개인이나 영농조합법인이 많다. 가격은 1kg에 1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다. 대량 구입하면 다소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막장 맛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저렴한 장류와 섞어 쓰기도 한다.
* 자세한 내용은 vol.192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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