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한식 소스 이야기
맛과 효율 동시에 높이는

‘아는 맛이 무섭다’. 식당 경영자 입장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말이다. 익숙한 음식인 만큼 고객층이 두껍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별화도,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 한식이 어려운 건 그래서다. 가격 저항선이 명확할 뿐만 아니라 맛에 대한 기준도 보수적인 한식, 전문가들이 말하는 양념 개발 접근법은 이랬다. 에디터 김선주

 

‘손맛’의 한계
손맛, 국내 외식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집 밥에 대한 니즈가 더욱 늘어나면서 ‘어머니가 만든’, ‘집안 대대로 내려온 비법소스’ 등 이와 같은 뉘앙스가 느껴지는 곳들이 꽤 보인다. 사실 한식은 집 밥에서 출발한 음식이다 보니 이처럼 푸근하고 정통한 이미지에 끌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손맛 즉, 감에 의존한 계량 방식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점을 낳기 마련.
대표적으로 인건비 이슈가 그렇다. 개개인의 능력치가 음식 맛을 좌우하게 되면서 주방장에 대한 의존도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숙련된 직원을 채용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 무엇보다 레시피를 완벽하게 숙지하기는커녕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꾸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게 문제다. 애초에 감에 의존해서는 음식을 균일한 맛으로 제공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 브랜드 수명을 줄이는 원인이 된다. 매뉴얼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가맹점주 때문에 해외 진출이 망설여진다는 어느 프랜차이즈 대표의 말로 짐작해봤을 때 ‘주인장이 바뀌면 맛이 달라진다’는 얘기가 더 이상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한식당에서 가장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게 바로 매뉴얼 설계다. 그래서 필요한 게 바로 소스고, 소스 개발의 핵심은 정량화에 있다는 것. 그리고 한식의 가능성 또한 효율적인 매뉴얼로부터 찾을 수 있다는 것. 한식 전문가들이 재차 강조한 내용이다.

공식 응용하기
한식 양념장의 베이스는 장(醬)이다. 간장·고추장·된장으로 전채요리부터 메인 요리까지 다양한 소스를 만들 수 있는데 이때 볶음장, 조림장 등 만능 소스 개발을 통해 메뉴를 비교적 손쉽게 늘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염도가 높고 맛의 특징이 뚜렷한 장을 활용한다는 점, 그리고 깔끔함·개운함·감칠맛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맛까지 고려해야 된다는 점에서 소스 개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익숙한 음식일수록 기본에 집중해야 한다고. 업종을 불문하고 정답 같은 소스 배합은 없지만 한식의 경우 기본적으로 적용해야 할 맛의 공식은 분명 존재한다. 이때 중요한 건 그 틀을 응용해 차별화된 양념을 만드는 것. 그러려면 장(醬)류 특징부터 파악해야 되며 이를 통해 부족한 맛을 채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더불어 소스마다의 적절한 숙성 방법까지 알고 있다면 완제품 소스의 품질을 개선하는 것도, 개성 있는 소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Interview 1

맛 완성도 높이는 ‘원물 더하기’
<명인밥상> 손승달 대표

오랜 시간 한식을 만들고 연구해온 명인들에게도 소스는 늘 연구 대상이다. 과연 그는 어떤 방식으로 소스를 개발하고 있을까. 운영 효율과 맛을 동시에 높이는 손승달 대표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한식 소스, 어떻게 나눠지나?
기본적인 장류를 포함해 식초, 젓갈, 그리고 겨자소스 같은 비 발효 양념장까지 총 6가지로 나눠진다. 이 밖에도 과일·뿌리 발효액 계열의 양념장 등 새로운 형태의 소스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찌개나 탕에 들어가는 육수도 소스 종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어쨌든 한식 양념의 가장 큰 장점은 각각의 장(醬)마다 만들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하다는 건데, 손이 많이 가는 게 문제다. 일반적으로 한식 양념장은 배합을 통해 맛을 살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재료 준비부터 숙성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식당에서도 완제품을 활용하는 곳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완제품 소스 시장의 전망은?
경제적인 흐름상 완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드문 것도 문제다. 식당 운영 경험이 없는 사람이 소스 개발을 제아무리 열심히 해도 완제품 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 보니 괜찮은 제품을 찾는 일에 관심이 쏠리지 않았나 싶다. 다행인 건 요즘 B2B 소스 퀄리티가 많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테스트해보니 요리사들이 만든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요즘엔 호텔에서도 완제품 소스를 쓰고 있으니 품질은 이미 상향 평준화됐다고 봐도 된다. 종류도 워낙 다양해, 없는 제품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 하지만 수제소스와 비교해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제 소스와 품질 차이가 나는 이유?
아무래도 어떤 재료를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같은 간장 소스도 100% 간장이 들어간 제품과 소금이 더 많이 들어간 제품은 품질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붉은 색소로 고춧가루 색을 내는 곳도 있으니 제품 선택의 기준을 가격으로만 두는 건 위험하다. 또 완제품은 유통 편의성을 위해 미생물 번식을 최소화하고자 열처리를 하기 때문에 수제 소스보다 프레시한 맛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 액상보다 분말 소스의 가공 절차가 길어 맛과 풍미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진다. 만약 구매한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해당 소스의 뼈대가 되는 재료를 소량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다.

 

양조간장 선택법
양조간장 선택에 있어 살펴볼 3가지. ‘TN지수’, ‘숙성기간’, ‘색깔’이다. TN은 질소함량을 의미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감칠맛이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TN 지수 1.0%가 표준이며 1.3% 정도면 상급, 그 이상이면 프리미엄에 속한다. 시판제품의 경우 약 6개월 정도 숙성하고 있으며 재래방식으로 만들 경우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간장 색은 숙성 기간이 길수록 짙어지니 이점 참고하길.


 

Interview 2

“염도, 당도 중심으로 맛의 기준 잡기”
전통발효음식연구원 박영란 대표

지난 30년간 제대로 된 한식 알리기에 힘써온 박영란 대표. 그에게 개성 있는 소스개발 접근법부터
한식 양념 공식, 그리고 보관·숙성방법까지 물었다.

전문 셰프부터 소스 제조사까지, 모두 한식 소스 연구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대중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차별화하기 쉽지 않아서다. 특히 한식은 사이드 메뉴부터 메인 메뉴까지 활용하는 양념이 거의 비슷해 차별화가 유독 어렵다. 다시 말해 디테일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 그만큼 조리사의 경험치가 중요한 업종 중 하나다. 게다가 전 처리 작업이 워낙 많다 보니 주방이 쉽게 어지럽혀지는 것도 단점이다. 그래서인지 매장 규모와 상관없이 시스템을 잡아달라는 컨설팅 문의가 가장 많은데, 답은 소스에 있다. 식당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존해야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마련이고 매뉴얼 설계의 핵심이 바로 소스기 때문. 실제로 한식당의 경우 소스만 잘 만들어도 연간 약 7000만원의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

소스 개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소스 개발은 비율로 시작해 비율로 끝난다. 어울리는 조합을 찾고 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주된 목적. 그러나 정작 간을 맞추는 것부터 헤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때 염도와 당도를 맞춘 후 기타 재료를 배합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메뉴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짠맛과 단맛은 2:1 비율이 가장 이상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맛과 짠맛 중 어느 한 가지 맛이 강하다고 해서 그 재료의 양만 일방적으로 줄여선 안 된다는 것. 만약 양념이 너무 달다면 설탕과 함께 소금, 간장 등의 염도 높은 재료 양을 조절해야 전체적으로 간이 알맞아진다. 짠맛과 단맛은 서로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성질이 있어 실제로 느끼는 입맛과 염도, 당도 측정 결과는 다를 수 있다. 때문에 기본적인 2:1 공식을 따르되 재료 양을 조금씩 달리하며 맛이 변하는 지점을 찾는 것도 의미 있겠다.
한편, 비율에 너무 의지한 나머지 맛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단적인 예로, 고기 100g에 간장 1T를 넣었을 때 간이 적당했다고 해서 고기 1kg에 간장 10T를 넣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인분 수가 늘어날수록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을 조금씩 줄이는 게 좋다. 반면 모든 재료를 섞은 양념장은 주문 양이 늘었다고 해도 맛의 편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인분 수에 비례하게 사용해도 괜찮다.
완성된 소스는 지속적으로 품질을 체크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경영자 스스로 맛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이와 더불어 정량화된 조리 방식에 습관을 들여야만 비로소 안정적인 운영 흐름을 만들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소스를 만들려면?
맛은 기본, 얼마나 많은 기능을 담아내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려면 장(醬)의 특성을 알아야 하고 전통 한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하다. 사실 고추장, 된장, 간장은 발효가 거의 끝난 상태기 때문에 변질될 가능성이 드물어 다양한 재료를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양념에 개성을 더하는 건 연육, 보관 편의성과 같은 기능적인 측면부터 고려한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때 독특한 재료를 좇기보다는 활용도 높은 만능 소스를 개발해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는 게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Interview 3

완제품 소스 트렌드
“극단적인 매운맛·웰빙·다채로운 식감”
대상 주식회사 실수요전략팀 이재석 과장, 박주상 팀장

외식업 트렌드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스 시장. 최근 인기 있는 한식 소스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나?
최근 편의점 도시락, 밀키트 등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스 형태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기존의 액상, 페이스트 소스뿐만 아니라 채소, 고기 같은 원물 들어간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한 예로 ‘김치 소스’가 있다. 새콤한 액상 소스에 김치를 잘게 다져 넣은 제품으로, 맛과 식감을 동시에 높였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소스들은 조리 과정을 좀 더 간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소스 중 하나다. 이 밖에도 ‘트러플 치킨’, ‘짜장 치킨’ 등 젊은 소비층을 타깃으로 한 메뉴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잠깐의 이슈에 그칠지 모르지만 2030 관심을 끄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진 시점임을 알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보이는 특징들도 있다. 우선, ‘코로나 블루’로 인해 매운맛을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고추 먹기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로 매운맛은 이제 전 세계적인 트렌드. 매콤함을 넘어선 고통스러운 맛을 문의하는 업체들도 많이 보인다. 그 못지않게 떠오르고 있는 건 웰빙 소스들이다. 수많은 식품업계들이 당과 염분을 낮춘 로우 푸드(Low Food), 유기농 소스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향후 유산균 같은 기능성 성분이 담긴 제품들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상 주식회사 역시 ‘라이틀리’라는 웰빙 브랜드를 론칭해 이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매운맛과 건강함은 사실 한식과 연결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기 때문에 올해 한식 소스에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겠다.

 

 

* 자세한 내용은 vol.192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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